훈민정음 해례본의 NFT화
간송미술관은 작년 7월 소장품인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를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화 하여 개당 1억원에 100개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그리고 이 NFT는 현재까지 80개 정도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보를 NFT화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 미술관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건이라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문화재계 일각에서는 문화재 상업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시도가 문화재의 대중화를 넘어서 세계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손쉽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이번 사건을 두고 문화재를 돈벌이로 전락시킨다는 평가는 NFT, 더 크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
예술 업계는 보통 실물이 존재하는 오프라인 상의 작품만 진품으로 봤고, 이를 원본 그대로 보존하여 작품의 가치 혹은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렇게 보수적인 업계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감히 국보를 디지털화해서, 그것도 100등분으로 나눠 수익 창출을 하려 하나"라며 반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NFT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알아보면 훈민정음의 NFT화는 생각보다 창의적이고 신박하며, 폐쇄적이고 대중들과 동떨어져 있는 문화재 업계가 급변하는 시대에 고려해봐야할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NFT가 뭐기에
NFT는 디지털 상에서 상호 대체가 '불가'한 자산, 즉 함부로 복제할 수 없으며 소유자가 분명한 디지털 고유 자산이라고 보면된다. 여태까지 인터넷 상에서 디지털 파일은 무한 복제되어 창작자 및 소유권이 불분명했다. 음악, 미술, 영화까지 디지털 파일로 출력되는 순간 무한 복제의 대상이 되며, 온라인은 '무임승차가 남발하는 생태계'라는 인식이 강해졌었다. 이와 반대로 오프라인에서는 '보증서' 제도로 구매자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동시에 창작자 작품이 한 사람에게만 소유된다는 문서를 만들며 작품의 진위성과 가치를 보장하였다. 이 제도를 온라인 창작물에서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NFT이다. 작품을 NFT화해서 팔면 시간이나 장소 제약없이 모든 사람이 작품의 소유권을 확인하고, 거래 내역을 추적하거나 증명할 수 있다.
실물이 존재하는 작품도 NFT화 가능
NFT 작품을 둘러보면 대부분 작품들이 디지털 상에서 만들어진 작업물 처럼 보인다. 그럼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대상과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간단하다. 사진 혹은 스캔을 하여 그 파일을 NFT화 하면 된다. 여기서 궁금한점이 있다. 그럼 물리적 작품과 이를 사진으로 찍은 작품 중 어떤 것을 진본으로 볼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결정은 창작자 혹은 소유자가 하게 되기 때문에 구매자는 자신의 소유 범위가 어디까지 되는지에 대해서 구매 전 꼭 확인해야한다.
문화재의 대중화 혹은 글로벌화를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이런 식으로 고가의 작품 혹은 물품이 물리적, 그리고 가상 공간에서 모두 진본으로 존재할 수 있다. 여태까지 박물관, 미술관은 어딘가 모르게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고,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들이 예전의 운영방식을 고수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화재의 상업성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의 가장 큰 약점인 시공간적 제약 극복 잠재력이 있는 NFT를 통해 한국 문화재의 대중화 혹은 더 나아가 글로벌화까지 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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